퇴사를 결정하게 된 계기

2022. 11. 25. 09:45지극히 사소하면서 개인적인 생각

어느덧 토론토에서 거주한지 3년이 되어간다... (한국을 뜨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 질 것같아서 여기선 PASS)

 

여기서 학교도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로 일한지 1년째,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사실 토론토에서는 나의 신분은 '외노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고국이 아닌 나라에서 생존이 걸린 문제인 퇴사를 결정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생존'만을 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생존' 그 너머 '희망'으로 우리가 열심히 버티고 사는게 아닐까..?

 

어느 순간 나의 Job은 말그대로 그냥 job 이 되어버렸고, 유치원교사, 간호사, 의사들이 다 그러하듯이 social worker이다.

내가 쉬고싶을 때 쉴 수 있는게 아니고 몸이 아파도 팀을 대신해서 빠질 수가 없는 직종이다. '그런 사명감이 나에게는 있는걸까' 라는 알게모르게 드는 죄책감도 있었고, 적은 월급으로 토론토에서 홀로 사는건 만만치 않았다...(유치원교사는 월급이 너무 적어도 너무 적다. 한국 시급에 비교해보면 시급 25불이 큰거라고 생각이 되지만, 토론토에서 거주하다보면 정말 남는게 없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였던 동료와의 갈등. 나는 중요하지 않은건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게 편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한테 정말 중요한 '자유의지'와 '독립성'을 박탈한다면 내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로 괴로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도 상대가 마음을 꽉 닫고 있는 상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 인생에서는 정말 X같게도 두개의 선택지만 주어질 때가 있다. 두개의 선택. 다 내가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은 선택해야하는..

(차악이나 최악이냐) 이런 X같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계속 일하거나 아니면 떠나거나/ 나는 떠나는 쪽을 선택했다. 언제나 그래왔다. 그럴때마다 늘 많은 사람들이 나의 행보를 반대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대했다. 29살이 된 지금은 안다. 모든 사람이 나의 선택을 지지해 줄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 선택이 항상 논리적으로 옳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몇 사람은 내가 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말하지만 사실 내가 변화하는게 두려운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변하지 못하는 본인의 불안해지는 심리가 자극이 되는 걸수도...)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렇다면 지금 원하는 일자리를 찾았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다. 다만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의 일부를 찾았다. 새로운 일자리도 나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