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4기 암 판정

2023. 11. 24. 23:29영적 성장 일기

2023년 5월 4일. 아버지가 암 4기라는 소식을 듣게되었다. 특히나, 타국에서 듣는 이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 애초부터 감정을 너무 깊고 예민하게 느끼는 성격탓에, 말 그대로 심장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엄마보다 더 관계가 돈독했던 아빠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숨이 턱하고 막혔다. 이제 나는 겨우 29인데...내가 결혼을 할진 안할진 모르지만 적어도 이런 일은 내 나이 40대쯤 되서 겪겠거니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게, 진짜 눈 앞에 닥치니까 '그동안 혼자 타국에서 살아오면서 온갖 산전수전은 극복해 본것 같은데, 이거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인데... 정말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하여보니 암 4기의 5년내 생존률은 약 20프로도 안되는 듯 싶었다. '이제 정말 어쩌지? 나는 타국에서 어떻게 해야되지? 토론토에서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가야하나? 그치만 내가 만들어가고 꿈꾸던 삶의 플랜이 있는데... 더 나은 삶을 위해 여기 온건데... 영주권도 코앞이고... '죽음이라는 그림자 앞에서 나는 너무나 옹졸하고 결국은 이기적인 '나'만을 생각하는 고민을 했다. 

 

그 와중에도 아버지는 덤덤히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 워낙 대범하고 넓고 깊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하나하나 이겨내도록 할테니 너무 걱정말아라' 라는 식이었다. 암 4기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안부전화를 더 자주 하려고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 전에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라는 순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마음 깊숙이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피어났다. 아버지로서 아빠는 완벽하지 않았다. 술도 담배도 너무 많이 하셨고, 욱하고 불과 같은 성미를 지니셨다. (그냥 불이 아니라 가끔은 펄펄 끓는 화산과 같은 사람이라 가끔 가족들이 데일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아빠는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면모가 많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이번 일로 다시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 불과 같은 뜨거움이 때로는 타인들에게 인정과 배려심으로,  가족을 자신의 방식대로 끔찍이 생각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여 본인의 뜻을 항상 이뤘던 사람으로서 존경해왔다. 

 

길고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감히 상상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준비도 안되었는데 갑자기 전쟁터로 내몰린 기분일듯 싶었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족들에게도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내 모토가 Life is Journey인데, 이런식으로 여정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여정의 과정은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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